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후 강화되고 있는 보호무역주의의 결과로 한국 경제를 지탱해왔던 수출의 회복세가 꺾이고, 올해 경제성장률은 지난해보다 더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정부와 여러 연구기관들은 지난해 지속적으로 부진했던 민간소비는 일부 회복되지만, 수출 증가세 둔화와 계속되는 건설업 부진이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내수가 계속 부진한 상태에서 정치적 상황 때문에 소비 심리가 위축됐다는 우려가 있고, 수출 증가율 둔화, 트럼프 정부 출범에 따른 통상 불확실성이 있어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라며 "2025년도 성장 전망은 잠재성장률보다 소폭 밑돌 가능성이 크다"고 바라봤다. 또한 한은은 "소비를 중심으로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가겠으나 주력 업종에서 주요국과의 경쟁 심화, 보호무역 기조 강화 등으로 수출 증가세가 예상보다 낮아짐에 따라 연간 성장률은 1.9%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수 부진이 점차 완화되겠으나, 수출은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2024년의 2.2%보다 낮은 2.0% 가량 성장할 전망"이라고 내다봤으며,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해 상반기 고성장에 따른 기저효과로 2025년도 성장률이 다소 둔화될 것"이라며 경제성장률을 2.2%로 전망했다.
한편 대법원은 지난해 말,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통상임금의 범위에 관한 기존 판례 법리를 변경함으로써 외부 경영 환경의 변화와 함께 기업 경영에 있어서 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약 6조 7천억 원의 추가 인건비 부담이 발생될 것이라 예상한 바 있다.
재정립된 '통상임금'의 개념
대법원은 2024년 12월 19일, 재직조건부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성이 문제된 2020다247190 사건과 근무일수 조건부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성이 문제된 2023다302838 사건에서, 대법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통상임금의 개념과 판단기준을 재정립하는 판결(이하 '대상 판결')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대상 판결을 통해 '근로자가 소정근로를 온전하게 제공하면 그 대가로서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하도록 정해진 임금은 그에 부가된 조건의 존부나 성취 가능성과 관계없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즉 통상임금의 개념적 징표에서 '고정성'이 제외된 것이다. 대법원은 공정성이 법령상의 근거가 없고, 소정근로의 가치를 온전하게 반영하지 못하며, 연장근로 억제라는 정책 목표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 등을 근거로 내세웠다. 이 내용을 기준으로 2013년 판결과 2024년 판결을 비교할 때 달라진 점은 <표 1>과 같다.
통상임금 범위 확대에 따른 대처 전략
이처럼 판례의 입장이 변화함에 따라, 2013년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으로 통상임금 이슈를 해결하지 않은 기업들은 인건비의 증가가 불가피하다. 따라서 현재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전략을 세워 면밀하고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들은 다음과 같은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방안 강구
2013년 대법원 판결 이후 많은 기업들이 임금체계 개선을 통해 통상임금과 관련된 법률적 이슈를 해소 또는 완화해 왔다. 그러나 노동조합과의 협상 부담이나 비용증가분 최소화, 법률적 리스크 완화를 위한 간이한 접근 등을 이유로 임금체계 자체를 근본적으로 개선한 경우는 많지 않다. 예를 들어 기존에 재직자나 근로일수 조건이 붙어 있던 기업들은 판례에 따라 일단 그 상태를 유지하기만 하거나, 규정상 몇몇 조건을 추가하는 것만으로 법적 책임을 회피하려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 일시적으로 위험을 회피했던 기업들은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로 인해 비용증가 리스크를 피해갈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물론 2013년 당시 판결과 함께 근로기준법상 임금개념에 대한 입법론적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법률적 측면에서 해결 가능성을 기대해 볼 만한 상황도 있었다. 그러나 정치권의 입법 논의가 지지부진해지고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이 문제가 입법적으로 방치됨에 따라 당시 사회적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무리하게 전개됐던 판례의 법 논리가 스스로 교정된 측면이 있다.
따라서 현재 시점에서 이 문제에 직면한 기업들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가능한 방식으로 접근해야 하며, 이를 위해 상여금 제도 폐지 또는 기본급화, 조건이 붙은 고정수당 기본급화, 복리후생 항목 통합 및 실비 처리화 등 임금 구성항목 자체의 단순화와 통상임금 해당 항목의 명확화, 연공 중심에서 합리적 임금 결정 요인이 중심이 되는 기본급 체계 도입 등 임금체계 전체의 구조적 변화를 통해 근본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효율성 제고 관점으로 접근
판례의 변화를 통해 임금에 해당하는 인건비가 증가하는 결과는 재무적 관점에서는 우발채무의 증가를 의미한다. 뿐만 아니라 판례 기준에 따른 통상임금 범위의 확대는 가산임금이 지급돼야 하는 근로기준법상 임금 항목들의 비례적 증가를 필연적으로 수반한다. 따라서 대부분의 기업은 인건비 증가분을 최소화할 방안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으며, 어떻게든 통상임금의 확대 수준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게 된다. 그러나 이렇게 접근할 경우 문제해결의 방향이 협소해지고, 선택 가능한 옵션도 제한된다.
따라서 이 문제의 본질적 해결을 위해서는 임금체계의 합리화 및 연계된 HR 기능의 효율화를 통해 실질적인 생산성을 확대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즉 근무체계 합리화를 통해 동일한 생산성을 유지하면서도 근로시간을 줄일 방안을 찾고, 업무 프로세스 개선 등을 통해 시간외근로나 휴일근로 등을 줄일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시간대별, 일별, 요일별, 월별, 계절별 업무량 데이터 분석을 통해 최적 인력 투입기준을 마련함으로써 다양한 근로시간 단축 방안을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중장기적으로 자동화나 로봇 도입 등을 통한 생산성 향상 노력도 지속해야 한다. 이로써 근로자 입장에서 임금은 오르고, 근로시간은 줄어들어 직무만족도가 제고될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은 향후 몇 년간 임금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을 것이며, 통상임금 변화에 따라 추가 지급의무가 발생된 금액을 대상으로 조정과 협상도 요구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입체적·종합적인 문제 해결
통상임금 이슈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임금체계 개편을 시도할 경우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하게 된다. 특히 이 문제들을 영역별·이슈별로 따로 접근할 경우 훨씬 더 많은 비용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행정적·시간적 노력도 지속적으로 요구받게 된다.
따라서 이 문제의 효과적 해결을 위해서는 개선해야 할 제도와 협상 아젠다를 모두 도출해 사전 검토한 후 최적 조합의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즉 예상되는 모든 변화의 내용들을 하나의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패키지 딜Package deal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하며, 노조나 근로자대표와 모든 사항을 한꺼번에 협상 및 합의하는 통합적 접근이 이루어져야만 효과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협상 테이블에는 다음 사항에 대한 검토안들이 준비될 수 있다. ▲일시 지급하는 추가부담금의 규모, 지급대상, 금액 조정가능성에 기반한 협상안 ▲임금체계 설계안 ▲업무 프로세스 개선 및 근무체계 개선안과 이를 통한 근로시간 단축 규모와 적용 대상 ▲2025년도 임금 인상률안 ▲개선된 임금체계에 따른 통상임금 적용 범위, 법정수당 증가액 등 시뮬레이션을 통한 적정 적용안으로 상여금을 어느 정도까지 기본급에 포함할 것인지, 상여금의 일부를 인센티브로 돌릴 것인지, 복리후생비 중 일부를 실비처리로 변경할 것인지 검토 ▲기타 이와 연동된 인사제도 변경안 등이 각 아젠다별로 도출돼야 하고, 각 사안들의 조합을 통해 전체적인 비용증가분과 근로시간 단축분이 계산될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HR에서는 현 상태에서 판례 입장을 그대로 반영했을 때의 향후 10년간 예상비용 증가분과 다양한 개선안들을 최적의 조건으로 조합해 상쇄시킨 예상비용 증가분을 비교, 비용을 얼마나 줄였는지를 계량적으로 도출해 경영진에게 인지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신속한 전략 수립과 노사 간 합의
제도 개선 및 협상 절차는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하며, 법률적 완결성을 높이기 위해 법이 정한 규정 개정 등의 절차를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통상임금 리스크를 가진 기업들은 2024년 12월 19일 판결 이후부터 새롭게 변경된 임금체계의 효력이 발생되는 시점까지 통상임금에 산입하지 않은 임금항목으로 인해 추가 지급해야 할 수당액이 계속 늘어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번 판례는 '예외적 소급효'를 인정해, 이 사건 선고 이전에 소가 제기돼 재판 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소급 적용이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노조가 있는 경우 노동조합과 임금체계, 근무체계 개선 및 임단협을 통한 단협안 개정에 합의하고, 노조가 없는 경우근로자대표와 임금인상 및 임금제도, 근로시간 제도등에 대한 개정 규정에 적법, 유효하게 합의해 하루빨리 시행함으로써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가 지급분의 증가를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전명환 이언컨설팅그룹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