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 Insight 2018년 2월호]
전명환 대표
최근 노동법 및 노동정책의 변화와 노노간 갈등의 상황
새해 들어 노동법률과 노동정책에 많은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올해 1월 1일부터 최저임금은 시간당 7,350원이 적용되며, 입법적으로 명확히 해결되지는 않았지만 근로시간 단축 역시 곧 현실화 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포괄임금제 폐지가 논의되고 있으며, 공공부문을 넘어 민간 부문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분위기가 확산될 것이라 생각된다. 이와 같은 여러 노동환경의 변화가 기업 운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음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으리라 본다. 이 글에서는 이와 같은 노동환경의 변화, 특히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이슈가 조직문화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 검토해 보고자 한다.
지난 해 말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비정규직 1만 명 가운데 소방대와 보안검색 분야 등에 종사하는 인력 3천여 명을 직접 고용하고, 나머지 약 7천여 명은 자회사 2곳을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하는 합의문을 발표한 바 있다. 합의문의 주된 내용을 보면, 직접 고용대상 근로자 중 관리직 미만은 면접 및 적격심사 후 채용하며, 관리직 이상은 경쟁 채용을 원칙으로 한다. 그러나 별도 회사 고용 대상인 근로자들은 특별한 채용 절차 없이 전환 채용된다. 다만 공사에 직접 고용되는 근로자의 경우 일반직과 구별되는 별도의 직군으로 운영하며, 별도 회사에 채용되는 근로자의 경우에도 공사에 직접 고용되는 근로자의 경우보다 임금이나 처우수준이 낮지 않도록 하기로 했다. 끝으로 정규직 전환의 완전한 이행을 위해 공사 및 별도회사 노·사를 포함한 (가칭) '인천국제공항 노사공동운영협의회'를 구성하기로 하였다.
결과만 놓고 보면 정규직 전환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합의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결코 순탄치만은 않았다. 지난 해 11월23일 ‘인천공항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방안’ 공청회에서 정규직 노조(한국노총 전국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 인천국제공항공사 노동조합) 조합원들과 비정규직 노조(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조합원들 사이에 고성이 오가는 등 충돌이 있었다. 정규직 조합원들은 ‘결과의 평등이 아닌 기회의 평등’이 이루어져야 한다며,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전환에 대해 경쟁도 시험도 거치지 않는 상태에서의 ‘무임승차론’을 제기했다. 이에 비정규직 조합원들은 7년간 같은 공간에서 동일한 업무를 아무런 문제없이 수행해 왔다면 그것 자체가 ‘적격’의 증거인데 무슨 자격이 더 필요하냐며 직고용의 정당성을 주장함으로써 노노간 갈등의 첨예한 대립을 보였다. 더구나 정규직 노조는 집행부가 위와 같은 합의에 이른 책임을 져야 한다며, 당시 노동조합 집행부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붙여 약 55%가 불신임에 찬성함으로써 현재 노동조합 집행부가 없는 상태에서 비대위 체제로 노동조합을 운영할 정도로 정규직 조합원의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향후 직고용 된 정규직이나 별도 회사로 전환된 정규직들의 처우 및 근로조건 등을 구체적으로 결정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충돌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한편 서울교통공사는 지난 해 12월28일부터 사흘간 협상을 벌여 승강장 안전과 전동차 검수, 지하철 보안 업무 등을 맡고 있는 기존 무기계약직 노동자 1288명의 정규직(일반직) 전환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상에 참여한 노동조합은 정규직 노동조합인 서울지하철노조(1~4호선)와 서울도시철도노조(5~8호선), 서울메트로노조 등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와 다른 점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아니라, 이미 서울교통공사 내에서 직접 고용된 상태에서 정년까지 고용을 보장받고 있었던 무기계약직들을 정규직의 인사운영체계로 흡수하는 완전 통합 형태의 정규직화에 대해 정규직 노동조합들과 사측이 합의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크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도 정규직 노조의 조합원들 중 약 30% 정도는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통합에 반대한 바 있었으며, '공정사회를 염원하는 서울교통공사 청년모임' 등 정규직으로 구성된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기한을 정해놓고 추진하는 '목표 지향성' 정규직 전환을 중단하라"며 비판한 바 있다. 심지어 교통공사 내부게시망에는 무기계약직을 향한 정규직의 온갖 욕설 글과 비하발언이 등장하였으며, 급기야 서울교통공사 업무직협의체는 7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정규직전환을 앞둔 무기계약직에 대한 정규직들의 원색적인 비난과 인신공격을 막아달라며 진정을 제기하기도 하였다.
민간 부문에서도 이와 같은 노노간 갈등이 나타난 사례는 쉽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해 4월 기아차 노조는 27일부터 28일까지 비정규직 노조 분리 내용의 노조 규약 개정안에 대한 조합원 투표를 실시, 71.1% 찬성으로 가결했다. 투표에는 정규직 2만9000여명과 비정규직 2800여명 등 조합원 총 3만1000여명 가운데 2만6000여명이 참여했으며, 이에 따라 기아차 노조 가입자격은 '기아차 내에서 근무하는 노동자'에서 '기아차주식회사에 근무하는 노동자'로 바뀌게 됐다. 그 결과 사내하청, 식당, 물류사, 협력업체 파견근로자, 판매대리점 근무자 등 소위 비정규직원들은 기아차 노조 가입 범위에서 제외된 것이다. 이와 같은 결과가 나타난 배경 역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논의 과정에 있었다. 기아차 노조는 지난해 11월 4000여명의 비정규직 가운데 일단 1049명을 우선 특별 채용하기로 사측과 합의했지만 비정규직 노조는 전원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수차례 독자 파업을 벌였다. 이에 대해 기아차 노조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을 다했지만 현장 갈등은 오히려 확산돼 규약을 개정하기로 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상의 사례들에서처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나타난 노노간의 심각한 갈등 양상은 단기적으로 뿐만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조직문화의 훼손을 초래할 것이며, 기업 운영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다. 이중 구조화된 노동시장에서 과도한 임금격차를 줄이고, 고용의 질을 높이기 위해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정부의 정책방향 자체가 그르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인천국제공항공사나 서울교통공사, 기아자동차 등의 정규직 노동조합 및 조합원들이 보여준 태도나 입장 또한 소위 기득권 귀족노조의 양보 없는 자기 밥그릇 챙기기만으로 함부로 폄하되어서도 안 된다고 본다. 쉽지 않은 문제이지만 이를 노노간의 갈등 영역에서의 세력 투쟁 성격으로만 이해할 것이 아니라, HR의 조직관리 관점에서 접근하여 그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 방안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집단 간 갈등의 문제점
조직 내에서 집단 간 갈등이 지속되면 집단 내부적으로도, 집단 간 관계에서도 변화가 발생된다. 이는 대체로 부정적 변화를 동반하게 되는데,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은 형태의 노노간 갈등이 심화될 경우 다음과 같은 변화를 예상할 수 있다. 우선 갈등과 대립의 주체인 각 노동조합이나 정규직 집단 또는 비정규직 집단 내부의 결집력이 더욱 강화되고, 해당 집단에 대한 충성심도 커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집단 지각이 왜곡될 수 있다. 즉 각 집단은 자기 이해관계에 더욱 충실할 것이며, 조직 내에서 자신들만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스스로 지각하게 된다. 따라서 상대 집단에 대한 경직된 편견이 점점 커지게 되고, 부정적인 상동적 태도가 존재할 때 각 집단들은 자기 집단 내에서의 차이점은 실제 보다 적게, 다른 집단과 자기 집단과의 차이점은 실제보다 훨씬 크게 인식하는 경향을 나타내게 된다. 더불어 노노간에 의사소통은 점점 더 감소하게 될 것이고, 심지어 단절되면서 물리적 충돌로 이어질 수도 있다.
물론 자회사 형태로 정규직 전환이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문제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나 직고용 된 인력 또는 노동조합이 조직 내부에서 기존 정규직 노동조합과 서로 상대방에 대한 편견과 몰이해에 기반한 갈등상황을 장기간 유지한다면 조직문화 뿐만 아니라 조직의 성과 자체를 훼손하는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으며, 이와 같은 조직 내 갈등이 심각한 수준으로 이어질 경우 해당 조직 전체를 위기로 몰고 갈 수도 있음을 유의하여야 한다. 따라서 이와 같은 집단 간 갈등 발생의 근본 원인(노동정책 변화 등의 현실적 원인이 아닌)을 조직관리의 관점에서 면밀히 파악하고, 그에 대한 대안을 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집단 간 갈등의 원인
조직행동 전문가인 Pondy의 견해에 따르면, 집단 간 갈등의 원인은 희소한 자원에 대한 경쟁이 일어나거나 한 집단이 자기 세력을 보호하기 위해서 다른 집단에 속한 사항을 통제하려고하기 때문에 발생될 수 있다고 한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의 갈등양상 역시 기존에 정규직들에게 전속적으로 배분되던 자원이(예를 들면 복리후생, 임금 등 근로조건 상의 처우의 대상이 되는 재원) 비정규직의 직고용 전환으로 분할될 것이 명확하기 때문에 총 재원의 크기를 키우지 않는 이상 자신들이 취할 수 있는 분배의 몫이 적어질 것이므로 정규직 전환 과정과 방법, 전환 후 처우 등에 대해 개입하려고 했던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Robbins는 구성원들의 배경, 가치관, 교육, 사회적 관계 유형 등의 이질성 및 왜곡된 의사소통에 기반한 부정확한 지각 등이 집단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이 분석에 의하더라도 현재의 노노간 갈등은 충분히 설명이 되는 부분이 있다. 입직 경로 자체가 완전히 구분되어 있는 현재의 정규직과 비정규직 내 구성원들의 이질성 및 정규직 전환의 목적에 대한 인식의 차이, 충분하지 않은 의사소통 과정에서 발생되는 왜곡된 정보의 확산 등이 양 집단 간의 대립과 갈등을 더욱 증폭시킨 원인으로 이해될 수도 있다는 측면에서 보면 Robbins 주장의 타당성 역시 인정할 만하다.
노노 간 갈등의 해소 방안
노노 간 갈등을 각 세력 집단들의 이해관계에 기반한 복잡한 정치적 대립구조 관점으로만 접근하지 않고, 조직 관리 과정에서 풀어야 할 과제라는 측면에서 접근한다면 다음과 같은 해결 방안을 모색해 볼 수 있을 것이라 본다.
가장 먼저 문제의 공동해결(mutual problem solving) 방안을 제시할 수 있는데, 이 방법은 집단 간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가장 훌륭한 방법으로 간주되고 있다(J. Gibson, J.M. Ivancevich, J.H Donnelly). 이 방법은 갈등 당사자들을 대면시켜 갈등의 원인을 정면으로 부딪히게 하여 해결방안을 찾도록 하는 방법으로, 단순히 상이한 견해차를 조정하려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인천국제공항공사의 경우와 같이 추후 정규직 전환을 위한 ‘노사공동 운영협의회’ 등을 통해 갈등의 당사자들이 직접적이고, 적극적으로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자 하는 노력은 타당한 접근이라고 판단된다.
다음으로 갈등 당사자들이 동의할 수 있는 공동의 상위목표를 도출하여 더 큰 가치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현재의 갈등 요인들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이러한 공동 목표의 달성은 어느 한 집단만의 노력으로는 불가능하고, 양 집단 간 상호의존관계를 통해서만 달성이 가능하다는 점을 인식시킴으로써 개별적인 관심사에 대해서만 집중하지 않고, 더 큰 시너지를 내기 위한 노력에 에너지를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공부문 노사의 경우 각 집단의 구성원들이 누리게 될 근로조건의 향상에만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해당 기관 전체의 사업성과를 넘어선 공공의 사회적 가치창출에 대한 기여 등 보다 한 차원 높은 목표를 도출하여 그에 대한 Consensus를 형성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갈등의 요인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볼 수 있다.
더불어 공식적, 비공식적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 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노사관계 문제를 해결하거나 원만한 노사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단체교섭이나 노사협의회 등의 공식적 활동 뿐만 아니라 매우 다양한 비공식적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가동하게 된다. 이는 노사관계에서만 유효한 방법이 아니라 노노 간의 갈등을 해소하는데 있어서도 굉장히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고 할 수 없다. 특히 정규직 전환과 관련된 이슈에 있어서 왜곡된 정보의 공유 및 그로 인한 상대방에 대한 편견의 확대 등이 노노 간 갈등의 중요한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구성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도록 상시적인 Open 채널을 열어두는 것은 물론이고, 상대방의 입장과 주장의 근거에 대해 보다 깊고 정확한 이해를 돕기 위해 비공식적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여러 수준에서 운영할 필요가 있다.
물론 갈등이 역기능적 측면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조직 내에 건강한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해 의도적으로 약간의 갈등을 조장하여 순기능적 역할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 나타나는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의 집단적 갈등, 특히 노노 간의 갈등은 순기능적 측면을 넘어 조직문화에 균열을 일으키고, 조직풍토를 해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의 투명하고 정확한 정보공유 노력 및 이해당사자들의 직접적인 문제해결 노력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전환 이후 각 이해관계 집단 전체를 포괄하는 공동의 목표설정,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공식/비공식 커뮤니케이션 채널의 가동, 중장기적으로 조직문화 통합을 위한 새로운 조직의 정체성 및 가치에 대한 공유도 제고, 이를 위한 Top Management의 통합의 리더십 발휘 등이 반드시 요구된다 할 것이다. 아무쪼록 새 정부의 야심찬 노동시장 개혁의 목표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라는 화두로 시작된 이상 조금 느리더라도 완성도 높게 실현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컨설팅 문의(전명환 대표): cplajmh@eonc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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