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 Insight 2017년 5월호]
전명환 대표
IMF 이후 우리 기업들은 사무관리직을 중심으로 고용에서 뿐만 아니라 임금체계에서의 유연성 확보를 강조해 왔다. 그 결과 상당수 기업들이 전형적인 호봉제를 폐지하면서 앞 다투어 연봉제를 도입한 바 있으며, 지속적으로 변동급 비중을 확대해 왔다. 연봉제는 이제 사무관리직군이나 연구개발 및 영업 직군에 있어서는 지극히 당연한 임금형태로 자리잡고 있다. 임금형태에서의 유연성 확보를 통하여 급변하는 시장환경에 신속히 대응하고,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한 인사제도의 개선 방향은 최근 공공부문에까지 확대되어 성과연봉제 도입을 통한 임금체계 개편 논의를 가속화시켰다. 이러한 변화는 연공급적 성격을 가진 속인적 임금체계로는 더 이상 기업의 지속성장이 어렵다는 판단에 기반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소 기업 구분 없이 생산직군 임금체계는 전형적인 호봉제, 즉 연공에 기초한 임금체계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는 생산직군의 직무 특성 및 대규모 노동조합의 존재로 인한 제도 개선의 곤란성 등의 이유로 그 변화가 쉽지 않는데 근거한 것이라고 추정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경제의 저성장 국면에서 고령화, 고직급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몇몇 글로벌 초일류 기업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제조업 기업들은 임금체계 개편 없이 중장기적으로 유지·성장이 가능할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이와 같은 현실을 타개하기 위하여 최근 OCI, 네오바이텍 등의 기업들은 이미 생산직군에 대해서도 임금체계 개편을 시도한 바 있다. 이하에서는 생산직군에 대한 연공급적 임금체계의 유지가 왜 현재 상황에서 문제이며, 향후 이를 개선한다면 어떤 방향에서 접근하는 바람직한지에 대해 논의해 보고자 한다.
생산직 임금체계 개편의 불가피성
한국 경제는 최근 몇 년간 연속적으로 2%대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어 완전히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저성장이 지속될 경우 강한 연공적 성격의 임금이 문제될 수 있다. 우리나라 제조업 생산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호봉제는 직무 특성이나 개인의 역량 등과 관계없이 매년 일정한 수준의 Base-up이 이루어지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예를 들어 매년 호봉 상승분을 2%로 가정할 경우 기업의 성장이 2%에 미치지 못하면 기본급을 동결하는 경우에도 호봉상승분 만큼의 임금재원도 마련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이 경우 해당 기업이 임금제도의 개선을 통해 연공성을 배제하지 못한다면 결국 고용의 조정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 노동법의 제약 조건 때문에 고용 조정의 방법은 쉽게 접근이 어려우며, 따라서 신규 채용의 중단 또는 채용 규모의 축소, 명예퇴직이나 희망퇴직의 시행, 임금피크제의 도입 등을 검토하게 되며, 채용의 형태에서 고용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계약직이나 파견, 도급 등의 방법을 찾을 요인이 증가하게 된다. 따라서 저성장기에 연공적 성격이 강한 호봉제의 임금형태는 현저히 그 개선의 필요성을 요구받을 수밖에 없다.
또한 베이비붐 세대의 고령화로 인하여 근로자들의 고임금, 고근속, 고직급화 역시 연공급의 문제점을 배가시킨다. 경제활동 인구조사 자료에 따르면, 50세 이상 근로자 비중은 1982년 9.0%에서 2015년 30.2%로 3배 이상 증가했으며, 55세 이상 근로자 비중은 4.2%에서 18/7%로 4배 이상, 60세 이상 근로자 비중은 1.5%에서 9.9%로 6배 이상 증가했다. 이 처럼 50세 이상 임금근로자 비율의 가파른 증가는 인력 구조의 고직급화 및 고임금화를 초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생산직 근로자의 생산성이 일정 연령 및 근속을 기점으로 하락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공급 하에서는 고령 근로자가 많은 기업일수록 1인당 인건비 비중이 높아지므로 인해 비용효율성이 떨어지며, 중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주요한 경쟁기반을 상실하게 된다.
물론 이와 같은 현실을 타개하기 위하여 기업들은 직급이나 승진체계를 개편하고, 명예퇴직이나 희망퇴직을 시행하고 있으며, 임금피크제 등을 도입해 오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HR전략의 일관된 원칙 위에서 중장기적으로 정합성 높은 인사제도 및 기능들의 연계성을 강화하여야 하며, 그 연계성의 유지 관점에서 임금체계도 개편되어야만 향후 저성장 국면에서의 효율적인 인력운영을 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 판단된다. 따라서 이하에서는 생산직에 대해 유지되고 있는 강한 연공급적 요소들을 완화시키기 위해 어떤 임금체계로의 전환이 바람직한가에 대해 검토해 보고자 한다.
생산직 임금체계 개선의 방향성
우리나라 생산직 임금체계 개선의 필요성은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직무가치나 역할, 조직에 대한 공헌도 등과 무관하게 연공적 요소들에 의한 결정요인이 강하다는 점에서 비롯되었다. 따라서 향후 임금체계는 연공적 요소를 어떻게 완화시킬 것인가에 초점이 맞추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이와 같은 연공적 요소를 완전히 제거해야만 타당한 임금체계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임금을 통해 인력을 관리하고, 근로자들에게 일에 대한 동기를 최대한 부여하기 위해서는 연공이라는 요소도 우리 기업문화에서는 엄연히 근로자들에게 중요한 부분으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임금체계 개선의 대상이 되는 영역은 지나치게 연공 중심으로만 운영되고 있는 임금체계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할 것이며, 이를 개선하기 위한 단계에서도 한꺼번에 임금제도의 근간을 완전히 뒤흔드는 방식의 접근은 타당하지 않다. 임금에서의 연공적 요소를 “완전한 제거”가 아닌 “완화”의 관점에서, 단기적인 아닌 중장기적 관점에서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변화시켜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Milkovich의 임금결정 모델에 따르면, 임금은 효율성, 공정성, 수용성이라는 전략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직무분석과 직무평가 등을 통하여 직무체계를 설정하고, 직무의 상대적 가치를 결정함으로써 ‘내적 일관성’을 갖추어야 한다. 또한 타사와의 임금 수준에 있어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외부 경쟁력’이 임금 정책 결정에서 주요한 요소가 된다. 나아가 ‘조직 구성원의 공헌도’를 임금에 반영하기 위해 근속, 업적, 고과, 인센티브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고 보며, 마지막으로 보상관리 차원에서 사업 계획, 예산, 의사소통, 평가 등을 통한 ‘보상관리 비용의 최소화’ 역시 고려하여야 한다고 보았다. 이와 같은 임금결정의 네 가지 측면 중에서 임금에서의 연공적 요소를 완화시키기 위한 차원에서 내적 공적성과 조직 구성원의 공헌도 영역을 검토해 보면, 근속이나 연공 이외에 임금 결정을 위한 다른 중요한 요소들을 발견할 수 있다. 즉, 직무의 가치, 숙련도, 개인의 자격이나 능력, 근로자가 조직 내에서 수행하는 역할, 근로자가 이루어 낸 성과 등을 기초로 하는 임금 유형 등을 설정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이하에서는 연공 이외에 임금을 결정하는데 영향을 주는 다른 요소들이 임금 유형 설정에 어떤 형태로 반영되며, 호봉제 중심의 생산직 임금 체계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는지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숙련급
숙련급은 근로자 개인이 보유한 스킬이나 역량에 따라 임금을 결정하는 접근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이는 근로자의 숙련 정도가 생산성 및 품질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가정 하에 숙련의 정도를 leveling하여 숙련 수준에 따라 기본급의 수준을 결정하는 접근 방식을 의미한다.
[그림 1. 숙련급 도입 사례]
직능급
직능급은 근로자들이 보유한 자격이나 직무능력을 기초로 임금을 결정하는 접근 방식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는 직무능력이나 직능 단위의 개념을 명확히 도출하여 구체적인 세부 항목들을 설정하여야 하고, 이를 직급체계와 연동시키거나 혹은 별도로 운영할 수 있다. 우리 기업들의 경우 직급이나 호칭 등 대외적으로 노출되는 기업 조직 내에서의 자신의 위치에 대해 정서적으로 민감한 경우가 많으므로 직급체계와 직능등급 체계의 연계를 통한 접근이 용이할 수 있다. 또한 조직 구조 내에서 근로자의 역할 수준을 반영하여 이를 직능급 설계에 포함할 수도 있으며, 별도의 역할급을 구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서는 이를 포괄하여 직능급으로 표현하기로 한다.
[그림 2. 직능급 도입 사례]
직무급
최근에 직무평가를 통해 직무의 상대적 가치를 기반으로 임금 체계를 구성하는 직무급 도입이 이슈가 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그 대상이 사무관리직 등에 한 한 것이었고, 생산직군에 대한 직무급 도입가능성은 주된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생산직의 경우에도 직무 가치에 따라 직무 등급을 구분하고, 이를 임금체계에 반영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그림 3. 직무급 도입 사례]
무엇보다 생산직에 직무급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해당 직무의 가치를 평가하기 위한 평가항목 및 요소들을 해당 기업 특수성을 반영하여 작성하고, 평가하는 작업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간과하여서는 안 된다.
지면 여건 상 개념 정도만 설명한 위 숙련급, 직능급, 직무급 등의 임금유형은 기본급을 구성하는 임금 결정의 본질적 요소들이라 할 것이며, 반드시 어느 한 가지 유형을 선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국내 생산직 제조업 기업들의 경우 연공급적 호봉제 임금형태가 주를 이루고 있으며, 이런 상황에서 점진적인 개선을 위해서는 기본급 구성의 범위 내에 일정 수준의 연공급과 다른 임금 유형을 병존하여 설계하는 방안을 활용해 볼 만 하다. 또한 임금의 유연성을 추가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생산직에 대한 성과급 도입을 검토해 볼 수 있다. 생산직의 경우 일의 특성 상 개인에 대한 성과를 측정하기 어려운 점이 있어 도입 초기에는 집단성과급중심의 인센티브 설계가 바람직 할 것이다. 그 후 개인의 성과를 분절하여 측정 가능한 경우에는 단계적으로 개인 성과급의 도입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생산직 임금체계 개편의 방향을 설정하였다 하더라도 우리 제조업 대기업들에는 거의 대부분 노동조합이 존재하고 있으며, 설사 노동조합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임금체계의 변화에 대한 구성원들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따라서 임금체계 개편을 위해서는 사전에 노사 간 충분한 논의와 토론을 통해 공감대 형성의 절차를 밟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컨설팅 문의(전명환 대표): cplajmh@eonc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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