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 Insight 2020년 10월호]
최정욱 노무사 / 컨설턴트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내 비정규직 제로화 시대를 열 것을 공언했고, 2020년 6월 말 기준 공공부문 비정규직은 전환계획 인원 대비 94.2%가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이로써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라는 첫 번째 과제는 일단락된 것으로 보이며, 다음 과제로 전환인력 고용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제도 구축과 세부 인사기준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난 6월 인천국제공항공사 보안검색 요원들의 정규직화 결정에 따른 사회적 갈등으로 비추어보건대 다음 과제를 수행하는 길이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여곡절 끝에 공공부문은 가시적인 성과를 달성했으므로 이제 정부는 민간부문의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관심과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간부문의 정규직화는 다른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는데, 공공부문의 정규직화 대상은 주로 기간제근로자 내지 파견 및 용역업체 근로자들이 중심이었으나, 민간부문 정규직화 논의는 소위 특수형태근로종사자라고 불리는 위임계약을 체결해 업무를 수행하는 개인자유직업소득자에게 집중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IT기술의 발전과 기업간 경쟁격화, 소비 플랫폼 다각화, 구직자들의 직업 인식 변화 등 기술적-경제적-사회문화적 요인으로 금융-서비스-건설-제조-유통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개인자유직업소득자에 대한 니즈가 증가했다. 그 결과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규모는 최소 166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며(한국노동연구원), 일각에서는 250만 명 규모로 추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새로운 고용형태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노동법 체계는 이를 완벽하게 규율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정부는 4대 보험 적용 등 정책적인 관점에서 그들을 보호하며, 법원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며 법적 흠결 상태를 보충하고 있다. 골프장 캐디, 학습지 교사, 렌탈 기업 방문판매원 등의 노조법상 근로자성이 인정됐으며, 최근에는 백화점판매원, 보험모집인, 가전제품 설치/AS기사 등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까지 인정된 사례도 있다.
이러한 흐름은 위임계약직을 활용하는 민간부문이 정규직화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이 글에서는 민간부문이 위임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경우를 중심으로 전환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여러 이슈와 전환 이후 내부 효율성 제고를 위한 방안을 논하고자 한다.
정규직화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이슈
민간 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부분은 다음과 같다.
고용 주체의 결정
위임계약직 직접고용 시 고용의 주체를 결정하는 것은 무엇보다 선결되어야 할 과제이다. 고용 주체 결정 방법은 크게 ① 본사가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방안과 ② 자회사 설립을 통해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방안이 있다. 본사가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⑴ 직군을 통합해 전환 근로자와 기존 정규 근로자를 동일하게 운영하는 방안과 ⑵ 직군을 분리해 전환 근로자를 별도로 운영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
고용 주체에 대한 의사결정 시 위임계약 노동자들이 그동안 수행해 온 업무의 성격과 난이도, 조직에의 기여도, 성과창출의 용이성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 예컨대 전환된 근로자들의 업무 특성이 본사 근로자와 상이한 경우 자회사를 분리해 별도로 운영하는 것이 성과 창출에 효과적일 것이다.
자회사를 설립하는 경우, 회사 정관 및 이사회 규정, 인허가 이전 문제, 자기거래 승인 문제, 공정거래법상 규제, 세법상 일감 떼어주기-몰아주기 과세 등에 대한 검토도 함께 필요하다.
법정수당 관련 분쟁 해결
위임계약직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과 법정수당 지급에 대한 분쟁이 있다면 이를 해결하며 정규직화를 진행해야 한다. 최근 A사는 법원으로부터 위임계약직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판결을 받은 뒤 위임계약직을 본사 직접고용하며 미지급 법정수당 및 퇴직금 수백억원을 지급하기로 노사 합의했다. 그러나 직고용 전 이미 근로자성을 인정받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위임계약 형태의 자유직업소득자는 근로기준법을 적용 받지 않으므로, 정규직 전환 시 위임계약기간에 상응하는 법정수당 및 퇴직금은 회사가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점을 명백히 해 분쟁을 예방해야 한다.
전환 근로자와 기존 근로자간 R&R 정립
전환된 근로자와 기존 근로자 간 업무분장 및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정립해야 한다. 직무의 범위는 근로조건 결정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업무 범위 결정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전환된 근로자들의 업무가 기존 근로자들의 업무와 명확히 분리될 경우 기존 정규직 근로자들과 비교해 근로조건을 달리 정할 수 있다. 그러나 전환된 근로자들이 기존 정규직 근로자들의 업무 일부를 수행하게 되어 R&R이 중첩되는 경우에도 근로조건을 달리 정한다면 근로기준법상 균등처우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근로조건 설계
① <임금 체계>는 전환 근로자들의 직무 특성이 반영되도록 설계해야 한다. 예컨대 전환 근로자들의 직무가 영업적 성격이 강할 경우 임금 체계는 인센티브 형태의 실적급 위주로 구성해 영업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전환 근로자들의 직무가 일상적이고 반복적이며 근속년수가 상승함에 따라 노하우가 축적되는 경우에는 기본 임금테이블을 설계한 뒤 연공을 반영한 역량 평가 후 역량 등급에 따라 임금을 결정하는 체계를 설계함이 바람직하다.
② <복리후생>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기존 정규 근로자와 동일한 수준으로 제공해야 한다. 복리후생은 근로에 대한 대가로서의 성질보다는 생활안정 및 조직 몰입도 제고 측면에서 제공해주는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③ <직급 및 승진체계>는 직무 특성에 따라 단일직급으로 설계할 수도, 다직급으로 설계할 수도 있으나, 단일직급인 경우라 하더라도 호칭승진의 기회는 부여해 조직에서의 인정감을 높여야 한다. B공단의 경우 전환된 공무직에 대한 별도의 승진체계가 없고 호칭체계가 불명확해 전환자들에게 조직에서 인정받으며 일한다는 느낌을 주지 못했다. 사소한 것 같지만 이러한 제도에 대한 불만이 쌓여 노사 갈등으로 번질 수 있기에 초기 제도 설계는 중요하다.
정규직화 이후 생산성 향상 방안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 인력 유연성을 활용할 수 없게 된 만큼, 관리 패러다임 변화, 업무 프로세스 재설계, 전환 근로자 고충 수렴 등을 통해 생산성을 향상시켜야 한다.
생산성 향상 논의의 필요성
정규직화 이전 기업의 인력활용 모델은 비정규직을 활용한 유연성을 바탕으로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대처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규직화로 더 이상 인력 유연성을 활용할 수 없게 됐으므로 경기 변동에 대처하기 위한 다른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가장 먼저 조직 생산성 향상 방안이 논의되어야 한다.
관리 패러다임 변화
관리자들은 불법파견 및 위장도급,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이슈, 비정규직 차별 등을 고려해 위임계약직에 대한 직접적인 관리감독을 회피했다. 그러나 정규직으로 전환된 이상 직접적인 지휘명령은 불가피하며, 동기부여 제고를 위한 관리 기술이 필요해졌다.
관리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 인사팀의 역할이 중요하다. 본사 인사팀이 관리 매뉴얼을 제정 및 배포해 관리자들에게 지침을 제공해야 하며, 교육팀은 관리방법에 대한 교육을 기획 및 실행해야 한다. 노무관리 지표를 직책자 KPI에 추가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업무 프로세스 점검 및 재설계
초반에 형성된 업무 프로세스는 근로자들의 관성으로 나중에 바로잡기 어렵기 때문에 전환 초기 기존 위탁업무 수행 시 발생했던 비효율을 발견 및 제거해 새롭게 업무 프로세스를 설계해야 한다.
맥킨지는 C사의 업무 효율성 제고를 위해 기존 업무를 분석해 낭비업무를 발굴하고 개선했다. 먼저 개인 업무를 고객 가치와의 상관성 정도에 따라 분류한 뒤, 개별 업무의 시간과 내용을 전산시스템에 입력했다. 그 뒤 고객가치 창출의 관점에서 업무의 비중과 내용, 시간 등을 파악해 고객가치와 무관한 불필요 업무 목록을 도출했다. 마지막으로 팀 회의를 통해 낭비 업무를 제거해 비효율을 개선했다. 이렇게 고객가치 관점에서 업무 프로세스를 새롭게 재설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전환 근로자 고충 수렴 창구 구축
정규직 근무형태는 위임계약 시절의 근무형태와 근무시간 및 장소, 업무의 내용과 방법, 재량권의 범위 등의 측면에서 상당한 차이가 존재하므로 전환 근로자들이 업무 고충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전환 근로자들을 별도 직군으로 분리 운영할 경우 내부적 불공정성을 지각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상기한 불만들을 수면 위로 끌어 올려 해결해야 노사 갈등을 예방할 수 있으므로 전환 근로자들의 고충과 불만을 수렴하는 소통 창구는 정규직 전환 초기 필수 요소이다.
소통 창구의 형태는 대상자들의 적극적 참여와 정보의 투명한 공개를 위해 공식적인 채널로 설계해야 하며, 노사협의회를 활용하거나 임의 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할 수도 있다.
관계적 계약 모델로의 발전
산업심리학자 루소Rousseau, D. M.는 조직과 구성원간의 상호 교환관계에 대한 암묵적인 기대라는 심리적 계약Psychological Contract 개념을 제시하며, 상호 근로계약상의 권리와 의무의 이행만을 중시하는 거래적 계약Transactional Contract 형태와 근로계약상 권리와 의무에 더해 신뢰나 지원 등 인간관계적인 측면까지 중시하는 관계적 계약Relational Contract 형태를 설명한다. 기업은 지금까지 위임계약직을 거래적 계약 형태로 운영하며 제공받은 노무에 대한 대가로서의 수수료를 지급해 왔다. 그러나 인력을 내부화 한 이상 관계적 계약 형태로 확장해야 장기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인적 생산성을 높일 수 있기에 기업은 전환 근로자들에 대해 인격적인 지원과 믿음, 신뢰를 줄 수 있어야 한다.
결국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논의의 본질은 전환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이슈의 점검이나 제도 설계의 차원을 넘어 어떻게 전환된 근로자들에게 소속감을 부여하고 구성원으로 인정해 줄 것이며,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 상호 호혜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하느냐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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