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 Insight 2022년 11월호]
전명환 대표
2019년 12월 최초 발병한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세계보건기구(WHO)는 전염병의 세계적 유행, 즉 팬데믹Pandemic을 선언했다. 세계 곳곳에서 도시 봉쇄와 이동 제한이 이어졌고, 생산 차질이 발생하며 세계 경제성장률은 급격히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각국 중앙은행은 경기침체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했고, 시중에 유동성이 확대됨에 따라 기업 성장의 기반이 마련됐다. 주가는 역사상 최고가까지 치솟았고, 기업은 풍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적극적 성장을 꾀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종식, 즉 엔데믹Endemic 선언이 곳곳에서 이어지고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해 활용했던 확장적 재정정책의 청구서가 돌아오고 있다. 경기 부양을 위해 각국 정부가 풀었던 막대한 자본은 물가 상승의 압력으로 작용했고, 결국 미국 연방준비제도를 위시한 각국 중앙은행은 적극적 금리 인상을 통해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고 있다.
이러한 긴축적 통화정책에도 불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발발로 글로벌 공급망Supply Chain은 혼란에 빠지고, 물가 상승은 지속되고 있다. 세계 3위의 원유 생산국인 러시아와 주요 곡물 생산국인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석유와 곡물 가격이 안정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오펙OPEC의 감산 기조로 유가 역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원자재 가격 상승에서 비롯된 무역수지 적자 확대와 미 금리 인상으로 인한 고환율 환경이 다시 무역수지를 악화시키는 악순환의 사이클이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경기 악화에 따른 해외 기업들의 대응
4高(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고유가)의 악순환에 따라 성장 없는 물가 인상, 즉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 예상되는 지극히 부정적인 경영 환경 속에서 국내 기업은 어떠한 대응을 펼쳐야 할까?
미국의 주요 기업들은 단순하지만 가장 명확한 방법, 즉 인건비를 줄여 비용을 절감하는 경로를 선택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기업인 넷플릭스Netflix가 지난 5월 정규직 직원 150여명을 정리해고한 것에 이어 지난 6월 300여명을 추가로 해고한 것이 대표적이다. 팬데믹의 영향으로 OTT 서비스가 폭발적으로 확산하고, '오징어 게임'과 같은 히트작이 등장함에 따라 2021년 최고의 한 해를 보냈지만, 엔데믹 이후 신규가입자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비용 절감을 통한 불황 타개가 불가피하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편 테슬라Tesla는 지난 6월 미국 캘리포니아 사무실을 폐쇄하고 오토파일럿 담당 직원 200명을 해고했으며, 네바다주 배터리 공장에서도 직원 500명을 예고 없이 해고해 송사에 휘말린 바 있다.
세계 1위 스마트폰 기업 애플Apple 역시 지난 8월 신입사원 채용 업무를 담당하던 계약직 인사담당자 100명을 해고하여 채용 둔화를 암시했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는 지난 7월 임직원 약 18만 1천명 중 약 1%에 대한 정리해고 계획을 공지했다.
저성과자 관리에서 찾는 국내 기업의 혹한기 대비
국내 기업 역시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혹한기를 대비하기 위한 준비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듯하다. 비용 절감을 통한 효율성 유지는 국내 기업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 전략이나 미국 기업의 정리해고 방식을 그대로 차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근로기준법은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를 금지하고 있으며, 특히 정리해고에 대해서는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에 따라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해고가 불가피할 때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 기준을 정하고 이에 따라 해고 대상자를 선정한 후 ▲해고를 피하기 위한 방법과 해고 기준 등에 관해 근로자 대표에게 해고일로부터 50일 전까지 통보하고 성실히 협의하도록 까다로운 제한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정리해고를 대신해 희망퇴직이나 명예퇴직 등을 활용한다면 단기적으로는 인력 감축의 효과를 꾀할 수 있으나 조직 전반의 분위기 저해가 예상되며,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우수인재(A-Player) 위주의 이탈이 예상되므로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 성장에 독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인력구조를 개선하되 저성과자만을 대상으로 인력 운영의 효율성을 제고하려는 기업들의 니즈needs가 나타나곤 한다. 그러나 이러한 위기에 직면해서야 비로소 저성과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인력구조 개선의 시도는 이미 그 때를 놓쳤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결국 저성과자에 대한 관리는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적이고 상시적으로 이루어졌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관심은 인재 전쟁 속 핵심인재의 확보 및 관리와 우수 직원에 대한 차등적 대우에 집중돼 있다. 많은 기업이 핵심인재를 위한 별도의 인사제도를 마련하고, 미래 리더로 성장할 잠재력 있는 인재에 대한 성장 경로를 제시한다. 높은 수준의 금전적·비금전적 보상은 당연히 수반된다. 다만 저성과자 관리의 경우 대다수 기업에서 필요성을 체감하고 있으나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경우는 드물다. 저성과자 관리 자체가 기업의 인사제도로 양성화되기 어려운 부분이 있고, 저성과자의 방출을 시도하는 경우 법률 분쟁이나 사회적 이슈가 발생할 것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성과자 관리는 핵심인재 관리만큼이나 중요성을 지닌다. '근묵자흑近墨者黑'이라는 말처럼 저성과자는 동료 구성원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팀 분위기를 악화시킬 수 있다. 고도화된 산업에서는 한 직원이 단독으로 창출해내는 성과보다 조직 단위로 창출되는 성과가 더 클 수 있다. 따라서 조직 내 구성원의 단합과 팀워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며, 부정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저성과자는 결국 조직 전체의 성과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특히 집단성과급을 활용하고 있는 기업의 경우, 저성과자로 인해 다른 팀원이 보상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리고 저성과자로 인한 우수인력 이탈이 발생할 우려도 존재한다. 한 명의 저성과자를 방치하는 것이 한 명의 핵심인재를 키워내는 것 못지않게 중요성을 지니는 이유이다.
국내 기업들의 저성과자 관리 동향
저성과자 관리 방안은 크게 육성 중심의 내부화 방안과 퇴출 중심의 외부화 방안으로 구분할 수 있다.
내부화 방안 : 능력개발과 동기부여에 방점
내부화 방안은 저성과자와의 고용계약 관계는 유지하되, 능력 개발을 위해 적극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거나 동기부여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활용하는 접근법이다. 내부화 방안 활용 시 근무의욕 재충전을 위한 직무 재설계나 역량 개발을 위한 경력경로 설계(CDP: Career Development Program) 등을 활용하는 '내부화·고투자' 방안과 단순히 보상 수준을 인상하거나 근무조건을 변경하는 '내부화·저투자'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저성과자 성과향상 프로그램(PIP: Productivity Improvement Program)을 2013년경부터 도입·시행하고 있다. 종합인사평가 결과를 기반으로 최근 3년간 2회 이상 BE 이하 등급을 받은 직원들 중 성장한계 인력을 선정하고, 해당 인력에 대해 3월 초부터 총 10주간의 역량향상 교육을 실시한다. 역량향상 교육은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업무 스킬 등 일반적인 내용에 대한 강의 및 평가로 구성되며, 내부 직무교육 역시 부가된다.
외부화 방안 : 방출 및 이직·재취업 지원
외부화 방안은 저성과자와의 고용계약 관계를 단절하고, 조직 밖으로 방출하는 방법을 활용하는 접근법이다. 정리해고나 권고사직 등 '외부화·저투자' 방안을 활용할 경우, 그 실시 효과가 즉각적으로 다가온다는 장점은 있으나 남은 조직구성원에게 심리적 충격을 줄 수 있다는 부작용이 우려된다.
이에 이직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교육을 실시하고, 재취업·창업을 알선하는 '외부화·고투자' 방안을 활용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LG전자의 경우, 지난 2월 장기 저성과자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나이나 직급에 관계없이 수년간 성과가 저조한 직원을 대상으로 하여 연간 급여의 최대 3년치를 희망퇴직금으로 지급해 자발적 퇴직을 유도하고 인력 선순환을 꾀했다. 또한 희망퇴직과는 별개로 전직 지원 프로그램인 '브라보 마이 라이브Barvo My Life'를 운영해 퇴직을 앞둔 만 50세 이상 직원의 퇴직 후 직업 설계를 돕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전략적 퇴직관리의 일환으로써 전직 지원 프로그램을 도입해 '경력 컨설팅 센터'를 운영중에 있다. 2001년 처음 개소한 후 서울과 수원, 기흥, 구미 4개 지역에 운영 중이며, 퇴직 후 재취업 비율이 87.7%에 달하는 등 높은 효과성을 보이고 있다.
근로조건 불이익에 따른 법률 리스크에 주의
저성과자 관리 시 근로조건 불이익과 관련해 다양한 법률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IT업체인 P사의 경우, 지난 2월 사내망 게시판에 근무성적 불량으로 인한 보직해임 명단을 공개해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명예훼손 등과 관련한 언론 보도가 이루어진 바 있다. 라면 등 식품 제조업으로 명성을 지닌 S사 역시 지난 8월 저성과자 제도가 직장 내 괴롭힘의 도구로 악용됐다는 고용노동부 진정 및 손해배상청구소송이 제기되어 법적 대응에 나선 상태이다.
이러한 법적 이슈의 발생은 체계적인 프로그램에 의한 상시적 저성과자 관리 없이, 일시적 필요에 의해 집단적으로 무리하게 이루어질 때 발생하기 쉽다. 장기적 관점에서 시스템에 의해 저성과자를 관리하는 기업들의 경우 지속적인 인력의 순환이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조조정으로 인한 법적 이슈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이는 평소 투명한 성과관리 체계를 통하여 평가결과의 수용성을 확보하고 있을뿐만 아니라 입사 시점부터 저성과자로 선정되는 직원은 최악의 경우 퇴출의 대상이 될 수도 있음을 인지할 수 있게 관리하고, 그것이 하나의 문화로 정착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향후 경제 위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상시적이고 체계적인 저성과자 관리를 통해 인력 운영의 체질을 개선·유지하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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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월간 HR Insight 자세히보기